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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책방/평범한 에세이

[서울/종로여행] 종묘_ 서울, 나의 뮤즈!

평범한 직장인의 평범한 에세이 시리즈

2020/09/19 - [작은 책방/평범한 에세이] - [국내여행/서울여행] 남한산성 국청사


서울, 나의 뮤즈!

종묘를 다녀오다

 

 

종묘의 정전은 카메라에 담기 힘든 웅장함을 가지고 있다.

 

 

나는 서울에 산다. 누군가 나에게 어디서 사냐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경우에 서울에서 산다고 할 것이다. 대학에서 동기들이 물어봤을 때도, 직장에서 동료들이 물어볼 때도, 여행 중 우연히 만난 다른 한국인 여행자가 물어볼 때도, 혹은 외국인이 물어볼 때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누군가 나에게 네가 사는 '너'의 서울에 관해 물어본다면 글쎄다. 서울에서 태어나 지금도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지만, 나의 서울은 너무나도 작게 느껴져 어떻다고 말하기 부끄럽다는 생각도 든다.

 

서울의 천만 인구 중에서 몇이나 되는 사람이 이 도시의 뚜렷한 정체성을 말할 수 있을까? 물론 정체성을 정의할 수 없다는 것, 다양성 그 자체가 서울의 정체성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절대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한 사진작가가 말했듯, "Every light has its own story.", 늦은 밤 속 켜져 있는 불빛 하나하나가, 그리고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길거리의 사람 한명 한명이 어둠 속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별빛처럼 서울을 수놓고 있기에, 함부로 다양성이라는 한 단어로 묶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그렇기에 서울은, 나에게 그 자체만으로 영감이다.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높고 웅장하지만 하늘을 가리지 않는.

 

 

머리가 복잡하거나 마음이 공허해 혼자 있고 싶을 때 가끔, 아주 가끔 찾는 곳이 있다. 처음 그곳에 관심을 가지고 알아본 것은 유홍식 교수님의 저서, '나의 문화 유산답사기' 서울 편을 일곡 나서이다. 이 책을 읽었던 이유는 막연히 서울에 대해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금 그때를 돌아보면, 그 생각의 뿌리에는 낯선 대학생활 속에서 나만의 공간이라고 생각할 만한 장소를 찾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그 책으로 마련한 얕은 지식을 토대로 이곳저곳을 기웃거렸고, 그렇게 찾은 종묘는 내가 마음을 준 첫 번째 장소가 되었다.

 

그런 종묘에 대해 무언가 쓰려고 하니 사실 걱정이 앞섰다. 일개 직장인이, 그것도 역사학도라면 모를까, 짧은 식견을 가진 사람으로서 이런 유서 깊은 장소에 대해 함부로 글을 쓴다는 게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서울 시민으로서, 우리의 문화유산을 각자의 방식으로  즐기는 데에는 정답이 없고, 오히려 이런 마음을 통해 잘 보존하고 진심으로 즐겨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다른 보통의 사람들도 이런 공간에 마음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보고 싶었던 것도 같은 마음에서 나온 게 아닐까.

 

 

날씨가 맑지 않아도 된다. 

 

 

'나의 종묘'는 고요한 정원 같기도, 때로는 모든 걸 감싸 안는 거대한 나무 같기도 하다. '나의 문화 유산답사기'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 정원은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았고, 그 나무는 높고 웅장하지만 하늘을 가리지 않았다. 토요일 오전, 사람이 많지 않은 시간, 날씨는 화창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날씨가 흐리고 사람이 없는 날, 자연스럽게 무한이 떠오르게 하는 모습으로 그 자리에 무겁게 내려앉아 있는 정전을 보노라면, 꽉 묶여있던 머리가 풀리는 듯하고 텅 빈 것 같은 마음이 무언가로 가득 채워지는 듯 하다. 극도로 절제된 기교와 장식에 그 신성함이 더욱 강조되고 한 때 여기서 이 땅의 주인이라 여겼던 사람이 머리를 조아리고 기도 드렸을 상상을 하면 이 장소가 주는 무게에 차분히 가라앉는다.

 

 

 

 

서울에는 나를 잔뜩 긴장하게 하는 공간도 있지만, 한없이 나른하게 나를 놓아주는 공간도 있다. 짜릿한 자극을 주는 공간도 있고, 나의 종묘처럼 붕 뜬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공간도 있다. 누구에게나 그들 나름의 의미를 부여한 공간이 있을 것이다. 그 공간은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핫플'일수도 있고, 자신만 알고 있는 골목 속 작은 카페일 수도 있다. 종묘는 평일에 가이드가 동반하는 단체관람이 이루어지고 토요일에는 개별관람이 가능하다. 만 24세가 넘지 않는 사람은 무료관람도 가능하다. 토요일 오전에 한적할 때 가보면, 혼자 온 사람은 나뿐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아이들과 함께 산책 나온 부부도 보이고, 햇빛 좋은 날에는 렌즈를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사진가 무리도 보인다. 젊은 연인도 보이고, 젊은이가 이런 데 혼자 와서 뭐하냐며 종종 친구들과 함께 놀러 오신다고 하셨던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 분들도 계신다.

 

종묘는 나를 차분하게 한다. 동시에 누군가의 호기심과 관찰력을 자극한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안정감을 제공하기도, 상대에 대한 사랑을 증폭시키기도 한다. 오래 전 추억들을 떠오르게도 한다. 종묘가 나에게 주는 의미를 이 짧은 글에 다 담기에는 분명히 무리가 있듯, 동시에 이미 다른 보통의 시민들에게도 짧게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마음이 가는 공간이라는 것 또한 분명하다.

 

 

 

 

종묘라는 작은 공간도 사람들에게 이렇게 풍부한 감정을 주는데, 종묘 말고도 서울에 얼마나 많은 공간이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까? 서울의 구석구석을 나만의 색으로 색칠해보자. 빈 도화지를 들고 다니며 무엇이든 그려 넣는다는 느낌으로 마음껏 기웃거려 보자. 천만의 도시 서울에서 나만 알 수 있고 내가 직접 정의하는 공간을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가! 당신이 말만 걸어주면 자신의 오색찬란한 매력을 뽐낼 준비가 된 장소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평범한 직장인의 평범한 에세이 시리즈

2020/09/19 - [작은 책방/평범한 에세이] - [국내여행/서울여행] 남한산성 국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