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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책방/평범한 에세이

[좋은 시 추천/일상 에세이] 류시화 시_길 위에서의 생각

안녕하세요, 주인장입니다!

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시 한 편을 가지고 왔습니다. 류시화 작가의 [길 위에서의 생각]이라는 시인데요, 이 시를 처음 만났던 날은 저에게 꽤나 좋은 날이었습니다. 좋아하는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 지하철을 기다리며 만나게 된 시이지요. 요즘 지하철 역에 가보면 심심하지 말라고 그런 것인지, 잠시라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때라는 뜻인지 투명한 문에 시들이 적혀있곤 합니다. 여러분도 잠시 눈도 쉬게 할 겸 지하철 역에 가시면 주위를 둘러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아래에는 제가 시를 만나고 쓴 짧은 에세이도 있으니, 한 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길 위에서의 생각, 류시화

사람은 지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보다 그렇지 않은 것에 집중하기 쉽습니다. 그리고 아쉬워하곤 하지요. 삶을 풍성하게 하려고, 삶의 진리를 찾아가기 위해서,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일상보다 새로운 것에 눈을 돌립니다. 그러기 위해 돈, 시간, 노력, 열정을 소모하지요. 하지만 이를 통해 자신이 추구하는 것을 얻기란 쉽지 않습니다. 새로움도 머지않아 익숙함이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새로움을 추구하기 전에, 먼저 익숙함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참 당연한 이야기지만,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말이 있습니다. 의미 있는 것은, 소중한 것들은 늘 우리 주위에 있다는 것. 즉, 의미는 일상에서도 찾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렀다고 하는 사람들이 과거부터 끊임없이 가르치려고 하던 것입니다.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에서 주인공인 양치기 소년은 보물을 찾기 위해 먼 여정을 떠납니다. 산전수전을 다 겪고 알아낸 보물의 위치는 너무나도 익숙한 곳이었습니다. 바로, 그가 보물을 찾아 나서게 한 꿈을 꾸었던 한 나무 그늘 아래였습니다. 또, 모두의 책장에 꽂혀있지만 손이 잘 가지 않는 책,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도 자신과 가까운 곳에서, 특히 자기 자신에게 귀를 기울이라고 하며 명상을 추천하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 제가 읽어본 다양한 자기계발서, 혹은 소설, 에세이들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지금 저의 턱 없이 부족한 지혜로 그들의 깊은 가르침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의미는 가까운 곳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 한 가지 메세지만은 중복적으로 계속해서 다양한 형태로 저에게 다가옵니다.

 

이번 글 주제인 '일상'은 제 일상을 돌아볼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여행을 가면 굳이 개척되지 않은 힘든 길을 가보려고 하고 사람들이 잘 모르는 곳을 찾아가려고 하면서 정작 일상 속에서는 그러지 않고 있음을 새삼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동안 한 곳에서 살며 수없이 지나쳤을 익숙한 '그 길'에 집중했습니다. 애초에 너무나도 익숙한 그 길 위에서 카메라를 잡고 있자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치던, 혹은 오히려 일부러 피해 다녔던 것들, 쓰레기통, 철조망, 버려진 자전거들도 찍었습니다. 가까이도 보고 멀리도 가보면서 또 다른 눈으로 일상을 담았습니다. 이게 언제부터 여기 있었나 싶어 멈춰 서게 했던 것들도 있었고, 여느 날과 다름없이 스쳐 지나간 것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나하나 의미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한 번 멈춰 서서 음미해보고, 찍어보고, 카메라에 예쁘게 담긴 모습을 보며 소소한 기쁨을 느껴보았습니다.

 

하루 동안 저만의 놀이가 끝나고 나니, 작지만 묘한 감정들이 남았습니다. 달라진 것은 물론 없었습니다. 일상은 그저 똑같은 일상으로 다가왔고, 특별한 의미가 추가로 생긴 것도 아니었습니다. 저는 오늘도 그랬지만, 냉리도 그 길을 똑같이 걷게 될 것이고, 어디론가 바삐 이동하며 그 풍경들을 또 흘려보낼 것입니다. 하지만 아주 잠시라도 다르게 바라봤던 그 피사체들은, 마치 나를 한 번 더 봐달라는 듯이 손을 흔드는 것 같습니다. 한때 뜨겁게 사랑했던 옛 연인을 우연히 마주쳤지만 아는 척하기 곤란한 상황일 때 드는 아련함이란 이런 것일까요.

 

저는 오늘, 어제보다 한 결 따뜻해진 햇볕을 반사하며 제게 관심을 받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쓰레기통에 밝은 인사를 건넸습니다. 다가오는 추운 날씨를 온 마음으로 맞이하기 전 마지막으로 푸르른 나무에게도 따뜻한 위로의 인사를 건넸습니다. 일상을 둘러보는 소소한 놀이가 제 일상을 한층 더 풍성하게 한 것입니다.

 

의미는 일상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할 때, 저희는 멀리 보기보다 주변을 둘러보아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뭘 보고 있는가, 어디에 서 있는가, 뭘 느끼고 있는가. 그때야 비로소 일상은 우리에게 선물을 줍니다. 광활한 사막에서 인생의 진리를 깨우치고 연금술사가 된 양치기 소년처럼.